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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미카는 블루 아카이브 시장에서 국내외를 불문하고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그녀의 인기는 일섭 2주년 당시 폭발적 매출을 기록한 것만으로도 증명됩니다. 미카의 인기는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만, 어찌 되었든 2025년 현재까지도 그녀는 블루 아카이브를 플레이하는 모든 유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캐릭터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인기와는 별개로 그녀의 행적이나 성격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며, 이는 팬덤의 분열과 온갖 음해성 유머 양산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현재 게임의 스토리가 많이 진행되면서(됐나?) 미카는 논란의 중심에서 다소 벗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행보를 완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것 또한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작품에서 미카가 보여주는 여러 모습이 매우 치밀하고 전략적이며, 눈앞의 대화 상대뿐만 아니라 스토리를 감상하는 유저마저 속이는 고도의 눈속임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런 저의 개인적인 생각(중요)을 정리하고 남들과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고자 글을 써봅니다.
우선, 미소노 미카에 대해 이해하려면 당연히 그녀가 속한 조직과 단체를 알아야 합니다. 키보토스 내에서도 유별나게 그 구조가 자세히 다뤄진 학교이며, 또 그만큼이나 복잡하고 체계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 글이 많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아주 핵심적인 내용은 아니므로 바로 미카 항목으로 넘어가셔도 크게 무리는 없습니다... 만, 미카의 언행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트리니티 종합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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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티 종합학원(이하 ’트리니티‘라 함)은 키보토스 학원도시의 삼대 대형 학교-밀레니엄이나 게헨나 같은-입니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트리니티는 과거 수많은 소형 자치구(학교)가 통합되여 만들어진 연합학교입니다. 이러한 역사는 키보토스의 다른 대형 학교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아비도스 고등학교, 백귀야행 연합학원 등)입니다.. 그러나 트리니티는 특이하게도, 분쟁과 통합 과정에서 세력을 유지한 각 파벌의 정치적 영향력이 현재까지 보장되면서 일종의 다원주의 체제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티파티
트리니티의 최종적 의사 결정 기구는 ‘티파티‘입니다. 티파티는 에덴조약 편을 비롯한 트리니티 관련 에피소드에서 항상 주역이 되는 조직으로, 그 정의부터 이중적 요소를 가지고 있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일반적으로 이 티파티라는 명칭은 우리가 흔히 ‘나기사, 미카, 세이아’ 로 이루어진 다과회 겸 '의사 결정 기구'를 가리킵니다. 이 외의 의 의미는 지금 글의 주제와 큰 관련이 없으므로 생략하겠습니다.
( 또 다른 개념으로는, 그 산하 기관과 행정 시설 등 전체 체계를 포함한 '정부 기관'을 표현하는 용어로도 사용됩니다.마치 우리가 ’국회‘라 하면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을 말하기도 하고, 의장에서 열리는 ’본회의’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듯이 말이죠.)
티파티는 과거 학교 통합의 주축이 되었던 대형 분파 필리우스, 파테르, 상투스, 그리고 별도의 제도적 절차를 통해 권리를 보장받은 세력들로 구성됩니다. 동시에 티파티의 대표 ‘호스트‘는 각 파벌의 대표가 정해진 주기에 따라 순환하며 역임하게 됩니다. 여기서 재미난 것은, 티파티의 자격이 저 3대 분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부분입니다만, 이 또한 지금 글의 주제랑 직결되는 않으므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티파티의 이러한 구성은 여러 에피소드에서 비추어지듯, 트리니티의 정부로써 실질적 행정 권한을 가진 조직이 특정 세력의 이익만을 대변하지 않도록, 즉 권력의 불균형을 방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야말로 수많은 집단이 서로 이해관계를 따지며 합의를 도출해가는 '정치'의 장이죠. 에덴조약 조인식 테러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까지는 ‘삼두정‘ 체제로 전락할 뻔 했지만요.
파테르
미소노 미카를 대표로 선출한 트리니티 분파입니다. 작중 별다른 등장이 없던 타 삼두정 분파와 달리, 파테르는 에덴조약 편 3장에서 꽤 결정적인 역할과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테르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들의 분파와, 그 분파를 중심으로 한 트리니티만의 이익을 극단적으로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즉, 티파티 내에서 강경 우익 세력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죠. 기회를 엿보다가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자, 한 시간도 체 되지 않아 다른 분파 세력을 구속하고 게헨나와의 전면전에 돌입하려 했을 정도로요.
또 다른 특징으로는, 본인들의 수장인 미소노 미카에 대한 이해도가 절망적일 정도로 낮다는 점입니다. 티파티 외부 조직인 시스터후드나 자연인 신분의 하나코조차 알고 있는 미카의 무력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앞서 사회 행정망이 완전히 붕괴하고 본인들의 리더가 구금된 상황임에도 누구보다 빠르게 지휘망을 가동해 선전포고를 준비하던 세력 치고는 매우 어색한 부분이죠. 사실, 이 지점은 미소노 미카가 어떤 인물인가와도 직결되는 사항입니다.
미소노 미카, 천진난만한 밤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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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티의 철부지 멤버
작품에서 미카는 티파티에 초대된 선생과 처음 대면하게 됩니다. 이 자리에서 미카의 첫 마디는 인사가 아니라, 선생의 외모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이후로도 미카는 선생에게 철없는 태도로 일관하며, 이야기를 주도하는 나기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시비를 거는 등 분위기를 난잡하게 만듭니다. 기념비적인 티파티와 선생의 첫 교류였으나, 별다른 정보 교환 없이 이 자리는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미카의 두 번째 등장은 선생님이 보충수업부의 정치적 위치와 성적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시점에 이루어집니다. 몰래 선생님을 불러낸 미카는 이번에도 다짜고짜 "수영장에서 파티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식의 실없는 농담을 던집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 미카는 "난 똑똑하지 않다"고 밝히며, 그간의 행동들이 그녀의 단순무식한 사고방식에서 비롯되었음을 암시합니다.
… 정말로 그럴까요?
단절의 벽을 허무는 친화력
미카의 화법에는 매우 특징적인 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본인도 여러 번 강조하듯, 미카는 누군가와 대화할 때 반드시 ’아이스 브레이킹‘의 단계를 거칩니다. 정말로, 상대가 이를 받아주든 말든 상관없이 말이죠.
미카의 아이스 브레이킹은 언제나 격식에서 상당히 자유로우며, 경우에 따라서는 꽤 과격한 농담까지 곁을여가면서 진행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미카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게 되고, 동시에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들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런 미카의 친화력은 그녀가 아리우스와의 평화 관계를 구축하고자 움직였을 때 빛을 발했습니다. 한평생 고통 속에서 트리니티에 대한 증오를 주입받은 사오리조차 순식간에 미카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자연스럽게 행동에 나섰을 정도로요.
위 설명에서 알 수 있듯, 미카의 일련의 화법과 접근 방식은 사실 단순한 친화력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진짜 능력은 상황의 조성하고 장악하는 것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가씨 학교'라는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품위 없는 장난스러운 말장난으로 상대방의 심리를 흐트러뜨리고 교묘하게 침투해 대화의 주도권을 잡습니다. 미카에게 일방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주입당하면서,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의견에 찬동하거나 영향을 받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미카의 이러한 능력이 그녀의 의도된 전략인지, 무의식적으로 취하는 습관인지는 곧 알 수 있겠죠?
미카 씨는 그런 쪽으로는 무해하니까
나기사가 유폐된 미카를 만나 그녀의 정치적 능력을 가볍게 다루며 언급한 문장입니다. 세이아와 나기사 본인에 비해, 미카는 성향이나 정치적 이해관계, 그리고 행동 원리가 단순한기 때문에 공작 대상의 우선 순위가 밀릴 것이라는 평가죠.
미카가 정치에 서투르다는 평가는 다른 곳에서도 여러 번 등장합니다. 하나코는 미카가 이런 정치 공작을 벌일 수 없다고 평가하며, 세이아 또한 여러 번에 걸쳐 미카를 충동적이고 생각 없는 행동으로 일을 그르친다고 설명합니다. 작중 미카가 보여주는 다양한 언동, 특히 자기 감정을 숨기지 않고 발산하는 여러 장면을 통해 플레이어들도 자연스럽게 미카를 그런 학생이라고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아닙니다. 정말 무서운 사실이지만, 미소노 미카는 정치적 통찰력과 전략 구상의 분야에서는, ‘키보토스 학생’의 수준으로는 사실상 최강자급 라인업에 서 있는 학생입니다. …정말로요.
가장 우선적으로, 앞서 나기사와 하나코, 세이아 등이 미카에 대해 가졌던 인식은 죄다 상황이 ’예상 밖의 결과’로 수렴하거나 진행되는 과정이었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즉, 애초부터 저들의 의견이 미카의 정치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특히 세이아의 경우 언뜻 보면 예지몽이라는 강력한 힘을 통해 모든 것을 꿰뚫는 현자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녀는 확정된 일부 미래의 편린에 지쳐 자기 주변의 모든 것에 무관심하며 염세적 태도로 일관하는 학생입니다. 지금은 세이아 특집 글이 아니니까 더 자세한 설명은 삼가겠습니다만, 요지는 작중 가장 많이 미카를 평가하는 세이아야말로 미카의 이미지를 왜곡하는 일등공신이라는 점이죠. 속지 마세요!
"저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려고 노력하는 대신…… 이미 당신이란 사람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네요. 저 역시 당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군요."
선생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 미카는 자신이 똑똑하지 못하고 정치에 서투르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런 말을 한 직후, 그녀가 늘어놓는 내용은 양과 질 어느 방면에서 보아도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미카는 수백 년에 걸친 아리우스와 트리니티, 그리고 게헨나와의 복잡한 갈등 관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리우스와의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아무도 모르게 움직이는 과정에서, 미카는 티파티로써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동시에 다른 분파의 의중을 떠보는 전략적 판단을 이어나갑니다. 에덴조약 편 전체적으로, 미카는 본인의 입장과 태도가 정치적으로 어떤 결과로 수렴할지 완벽하게 이해하며 행동하는 모습을 지속해서 보여줍니다. 다른 대다수 사안들에서도 그랬지만, 가장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사례는 역시 청문회 참석의 거부겠죠.
앞서 파테르 분파 학생들이 미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언급했습니다만, 미카는 공문서를 위조해 아즈사를 위장 전입시키는 과정에서 분파의 도움을 일절 받지 않고 독단으로 움직였습니다. 파테르 분파는 미카를 ’세상 물정 모르고 주제 파악도 못하는, 이용해먹기 쉬운 멍청한 여자’ 로만 바라봅니다.
미카는 어째서 본인의 모든 능력을 자신의 지지 세력에게조차 철저하게 숨겼을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작품 내에서 어떠한 설명이나 묘사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미카는 본인의 소꿉친구인 나기사와 세이아를 돕고, 극단적 사상을 지닌 파테르 세력이 폭주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물론, 이는 저만의 개인적 추측입니다만, 이런 생각은 이후 설명할 그녀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과도 직결됩니다.
자기파괴적인 수호자
이 표현 정말 마음에 듭니다. 옴니사이아[기계신, Deus Mechanicus]께서 제가 구구절절 풀어놓은 설명을 보시더니 저 표현을 알려주셨어요. 보자마자 ‘바로 이거다!!’ 하고 주워먹었습니다. 옴니사이아를 찬양하라.
미카는 기본적으로 본인이 소중하게 여기는 대상을 지키기 위해, 자기 희생을 전제로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시나리오상 미카는 처음부터 끝까지 악역으로 존재하고자 합니다. 이는 나기사와 세이아, 그리고 티파티를 지키기 위함이며, 또한 선생님과 아리우스 스쿼드, 그리고 아츠코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아마도 ‘탑 안에 갇힌 공주님‘을 동경하기에, 반대로 그런 존재를 구해내는 왕자님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는 것 같아요.
흥미로운 점은 미카가 남을 지키는 수단으로 언제나 자기 희생을 기반으로 삼는다는 것인데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는 없습니다만, 이는 미카가 자신의 지력과 무력에 압도적인 자신감을 갖고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상호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트리니티의 환경 속에서, 온갖 정치적/물리적 문제를 돌파하며 대상을 지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본인이 표적이 되어 모든 부담을 안고 가는 것일 테니까요.
이런 그녀의 성향은 앞서 언급한 파테르 분파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도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파테르 분파는 미카를 '이용해먹기 놓은 순진한 여자'로 여기며, 필리우스 분파 수장 나기사의 소꿉친구라는 입장을 매우 요용한 ‘장기말‘로 활용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파테르 분파의 수장이자 티파티 멤버로서의 미카는 ’너무 멍청해서 일이 진행되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시에 외부 시선에서는 극단주의자의 수장이자 멋대로 행동하는 혼돈주의자로 비춰지며, 티파티를 둘러싼 모든 비난의 화살이 미카에게로 집중되었을 가능성도 커보입니다. 이는 실제로 구호기사단장 미네의 발언이나 같은 티파티 멤버 세이아의 평가에서도 드러나니까요.
또한, 미카의 이러한 성향과 정치적 판단력은 트리니티 학생들의 게헨나에 대한 항전성을 대변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최종편 1장에서의 총학 주최 비대위에서 미카는 자는 척하는 마코토를 무력으로 위협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트리니티 측의 의견을 대놓고 무시하는 듯한 만마전 측 언사에 항의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로 해석됩니다. 결국, 미카는 또다시 세이아를 비롯한 모두의 눈총을 받게 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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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작되는 자기붕괴
우선, 미카가 왜 공문서를 위조해 가면서까지 아리우스와 화해를 시도했으며, 또 세이아를 납치하고 구금하려 했는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합니다. 본 글에서는 제가 추측한 일련의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작품 내에서 정말 어떤 정보도 제시되지 않았기에, 그저 "미카가 착해서 손을 내밀었고, 또 멍청해서 내란을 저질렀다"고 해석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앞서 보여준 미카의 모습들이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만, 죄다 과몰입한 억지 해석으로 치부해 버리면 그만 이니까요.
최초 미카가 아리우스와의 화해를 결심한 시점은 아마도 총학생회장이 에덴조약을 제안한 시기로 추측됩니다. 당시 아리우스는 게헨나와 트리니티에 대한 증오로 똘똘 뭉쳐 총학생회의 지원조차 거절한채 버티고 있던 단체였습니다. 안그래도 트리니티와의 관계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트리니티가 게헨나와 어떤 형태로든 협력관계를 맺어버린다면, 정말로 아리우스와의 통합은 물건너갈 것이 뻔했겠죠.
미카는 당연히 우선적으로 다른 분파의 수장들에게 의중을 떠봅니다. 그러나 나기사는 둘째치고, 평소 미카를 피상적으로만 바라보는 상투스 세력은 미카의 의도를 부정적으로만 해석하며 비난했습니다. 결국 미카는 공익을 위해 절차와 합의를 무너뜨리고 일을 진행시키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유폐실에서 나기사와 미카가 대화할 때, 미카는 “유폐실에 갇힐 것을 예상했다"고 언급합니다. 결국 미카는 또다시 누군가를 구원하고, 동시에 그 후폭풍 또한 홀로 감수할 각오로 일을 벌였던 것입니다. 법치와 제도위에 선 영웅주의라니, 정말로 애새끼가 따로 없네요! (?)
하여간 키보토스에서는 다소 흔한, 하지만 정치적 권력 분산과 구조가 매우 복잡한 트리니티에서는 극도로 위험한 ‘내란‘에까지 손을 댄 미카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유리조노 세이아‘의 죽음으로 이어졌습니다.
악역을 자처하며 공공의 선을 지향하던 미카는 사회가 합의한 절차 위에 서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 그녀는 진정한 ‘악역’이 되어 사회 구조를 붕괴시키는 원흉이 되고 말았습니다. 미카가 믿던 것들, 지키고 싶었던 것은 모두 사라졌으며, 세이아의 죽음이라는 잔혹한 결과 앞에서 그토록 굳건했던 미카의 정신도 결국 붕괴하고 말았습니다. (실제 작품에서 그녀가 이를 토로하는 장면도 있듯이)
이후 그녀의 움직임은 하나코가 3장 초반부에서 간단히 설명하는 내용대과 일치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죽음‘ 앞에서 자아와 기억이 붕괴되고, 다시 재정립 되는 과정에서, ’세이아의 죽음’이 갖는 의미에 집착한 끝에 진정한 ’악당’으로써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런 미카를 옆에서 쭉 지켜봐 왔던 사오리는 “대체 무엇을 원하고 추구하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선생은 히나나 하나코와의 대화에서 “’사실’은 하나지만, 관점에 따라 수많은 진실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이러한 진실들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이죠. 하지만 미카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타인이 주장하는 진실은 타인의 진실일 뿐이라고, 오직 냉혹한 사실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에 응해 결과에 도달하겠다고 결심하며 행동에 나섭니다.
뒤틀림과 폭주
일련의 사태로 인해 미카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사이, 당초 계획과 달리 세이아의 빈자리를 필리우스에서 임시로 메꾸게 됩니다. 호스트가 된 나기사는 우리가 알고있듯, 트리니티와 소꿉친구를 지키기 위해 폭주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관한 이야기도 글의 취지와는 다소 별개이므로, 이 폭주의 결과가 에덴조약의 재추진이며 이를 성립시키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점만 지적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뒤틀린채로 다시 일어선 미카는, 이런 나기사의 폭주를 목도하며 당초 계획했던 아리우스와의 동맹 체제(그리고 어쩌면 트리니티 내부 주전파의 몰락까지도)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급하게 샬레의 선생님을 끌어들여 상황을 의도적으로 복잡하게 몰아갑니다.
이제 그녀의 비상한 정치력과 심리 장악력은 더 이상 평화와 화합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선생님을 처음 초대한 자리에서, 그녀는 기존 알려진 정보를 바탕으로 무례한 언사를 반복하며 아이스브레이킹을 빙자한 탐색전을 진행합니다. 이야기가 나기사의 주도로 흘러가지 않도록 계속해서 방해하며, 선생님에 대한 자신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매우 경박하게 몰아갑니다. 동시에 그 자리에서 어떤한 중요한 정보도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통제합니다.
이후, 다시 선생을 만난 미카는 실없는 소리와 언뜻 동정심을 유발할 수도 있는 언사(진심도 다분히 섞인)를 통해 상대의 경계심을 허물고, 갑작스러운 주제 전환과 매우 위험한 정보 제공을 통해 대화의 흐름을 장악합니다. 미카는 본인이 어떠한 결론을 내리거나 상대방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일련의 대화를 통해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나기사는 트리니티의 평화를 해치려는 괴물이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네. 스토리를 감상하던 우리들 말이죠.
세이아의 생존이 밝혀진 순간, 미카의 전략적 목표는 다시 전환되었습니다. 친구와 동료, 사회를 속이고 음침하게 속내를 숨키며 내란을 획책한 살인자이자 반란 수괴인 본인은, 티파티와는 별도의 극단주의 세력의 수장으로써 축출되어야만 한다고 스스로 규정합니다.
세이아를 죽이려고 하진 않았다며 부정해왔으나, 이제는 오히려 본인이 세이아를 죽이려 했다고 주장합니다. 자신을 변호하려는 나기사나 하나코 등의 노력은 전부 완강하게 거부하며, 실제로 그녀의 목표는 차례차례 달성되고 있었습니다.
미카의 무시무시한 통찰력도 뒤틀린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자신을 비호하거나 변호하려던 나기사와 하나코에게, 미카는 “타인의 진심을 믿지 않고 폭주하던 너희들이 이제 와서 나의 진심을 캐묻느냐”고 일갈하며 대화를 교착 상태로 만들어버립니다. 이전에 "이름이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며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하나코에게 바아냥 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미카는 하나코의 일탈이 어떤 사고로부터 비롯됐지까지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정말, 기가 찬 하나코가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릴 정도로요.
이후 아리우스 스쿼드와 대치하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미카의 능력이 흡사 호러 영화의 괴물의 같은 모습으로 따라붙기 시작합니다. 터널 앞에서 아리우스 정예 부대를 쓸어버리며 나타난 미카는, 그야말로 장난기 넘치는 말과 광기 어린 증오의 표현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상대의 심리를 공포로 몰아넣습니다. 동시에 미카는 마치 상대방의 사고를 읽은 듯한 언사로 조롱하며, 무력과 논리력 등 모든 면에서 압박해옵니다. 사오리와의 마지막 전투에서 미카의 대사가 기억나시나요?
"지금부터 제대로 할 거니까, 저항해 봐. 그래봤자 헛되고 헛되겠지만."
에덴조약 편 4장 17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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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의 최종 목적
에덴조약 4장에서 미카의 목적이 무엇이었는가. 이는 그야말로 미카에 대한 이해와 함께 각 대사를 차분히 읽어보았다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어째서 헤일로를 부수는 폭탄을 쓰지 않은 거야? 어째서? 분명 네가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
"쓸 기회는 충분히 많았잖아? 어째서 쓰지 않은 거야? 차라리 그랬더라면…… 나는……."
에덴조약 편 4장 18화 中
미소노 미카의 비극적 서사가 최고점에 도달하는 대목입니다. 전 아직도 저 문구만 보면 눈물이 날 것 같네요. 하여간, 결국 자기파괴적 수호자로 존재하던 미카는 끝내 악당이 되어버린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아리우스 스쿼드의 뒤를 추격하던 과정 속에서, 이 모든 일의 원흉으로 보였던 사오리 또한 진정한, 그리고 일방적인 가해자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스스로를 부정하며, 그 밖의 어떤 것도 부정할 길이 사라진 미카는 끝내 아리우스 자치구의 바실리카까지 쫒아가, 사오리의 ‘헤일로를 부수는 폭탄‘에 마지막 희망을 걸게 되었습니다. 마지막까지도 본인을 희생해 남을 구하려 한다니 참, 뒤틀리고 왜곡되었음에도 미카라는 존재의 본질은 바뀌지 않네요. 물론 미카의 예상과 달리, 사오리는 헤일로가 부숴지기 직전까지 몰린 상황에서도 끝내 그 폭탄을 사용하지 않았지만요. 기절해 쓰러져 있는 사오리를 그저 내려다보던 미카. 그 기다림의 대상이 사실 다름 아닌 본인의 죽음이었다는 사실은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네요. 참고로 사오리 또한 미카와 거의 동일한 행동 원리를 가진 ’자기파괴적 수호자‘입니다. 하지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등☆장
모든 사건이 수습되고, 세이아는 건강하게 살아돌아왔습니다. 미카는 자신을 ’공주님’이라 불러준 선생님과 함께 청문회에 참석했으며, 티파티로서의 권한은 박탈되었지만 다시 사회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 속에서 미카의 자아는 여러 번 극단적으로 붕괴됐기에, 그녀는 여전히 너무나도 위태로운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미카 회복 과정을 그려낸 에피소드가 바로 미카의 모모톡 인연 스토리입니다.
많은 플레이어, 특히 일섭 퍼블리셔인 요스타에서 제작하는 미카 관련 콘텐츠들은 정확히 이 시기의 미카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쉬지 않고 얼굴과 몸을 움직이며 불안한 기색을 내비추고, 말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고... 메인 스토리 상 이 미카의 상태는 최종편 1장에서 총학생회 주도 비대위가 설립되기 이전의 시점입니다. 따라서 미카의 캐릭터성이 결코 저 '멘헤라' 이미지로 굳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만… 잘 팔려서 저렇게 찍어낸다는데 저 혼자서 뭘 어쩌겠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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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여전히 스스로를 부정하며 수호자에서 그저 ‘공주님’으로 전락해 선생님에 극도로 의존하기 시작한 미카. 그녀의 기저에는 ’한 번 부숴진 것들은 결코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인연 스토리를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선생님은 그런 그녀에게 재미있게도 수영복을 수선해주며, 미카와 처음으로 깊게 대화를 나누었던 보충수업부 합숙시설의 수영장을 보여주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네. 여기선 선생보다는 다른 학생의 대사를 인용해 볼까요?
"망가진 건 고치고. 무너진 건 바로 세우면 되는 법이니까요."
안알랴쥼
성장
블루 아카이브에서 주역으로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공통점입니다. 키보토스에서도 학생이라고는 보기 힘든 정도의 힘과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미숙함 때문에 오히려 그 힘에 휘둘리며 고통받고 상처입습니다. 그렇게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 속에서 선생님의 손길에 힘입어 스스로를 구원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미카는 한때 스스로를 희생하며 모두를 지키고자 했던 인물입니다. 그 과정에서 결국 사회적 합의와 제도를 무시하면서까지 뜻을 이루려 했지만, 그런 수단으로는 결코 제대로 된 결과에 도달할 수 없음을, 너무나도 참혹한 과정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써두고 보니, 뭔가 이 설명 그대로 이웃 학교의 누군가를 생각나게 합니다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조용히 있겠습니다.
하여간, 이런 가르침 속에서 여러 번 스스로를 잃고 붕괴하며 자신을 부정했지만, 끝내 선생님의 도움으로 다시 완전히 우뚝 설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의존증도 완전히 해소되었지만, 이건 발렌타인 미카 파트를 보지않으면 알 수 없는 요소라 그렇다고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끝으로
글이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의욕도 증발하고 머리도 잘 돌아가지 않네요. 앞으로 트리니티 사육제나 밀레니엄 엑스포 이벤트 등에서 미카가 등장한다는 ‘소문’만 듣고 있습니다만, 부디, 미카의 복잡하고 입체적인 캐릭터성이 마음껏 표현되며, 또한 그녀의 성장이 눈에 보이는 행복하고 즐거운 이야기가 펼쳐지기를 바랍니다.
※ 타 플렛폼에서 작상한 글 그대로 넣었더니 뭔가 뭔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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