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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rent/시사 토론

[퍼옴글] 오타쿠에 대한 편견을 버려주세요

by 귀뚜라미_ 2011. 9. 29.
















“님 오덕임?”


학교, 직장 등 사회 생활을 하는 와중에 위와 같은 질문을 듣게 된다면?

설령 자신이 코믹스나 라이트 노벨로 책장을 가득 채우거나, 책상 위를 각종 피규어나 프라모델로 장식해 놓았다거나, 현지에서 공수한 블루레이 화질의 한정판 DVD 애니메이션을 구입할 정도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무슨 소리냐!”하고 일단 부정하고 보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 정도로 국내에서 “오타쿠”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거부감을 주고 대중들에게 무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이 이미지에서 어떠한 캐릭터가 생각났다면 당신도 이미 오타쿠?





6월 1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1에서 ‘오타쿠! 편견 속 감춰진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강연에서 넥슨 신규개발2본부의 김현석 책임 연구원은 이처럼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오타쿠에 대한 편견과 오해, 그리고 오타쿠 문화가 갖는 잠재적인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 "오타쿠들이여 당당해져라!". 강연을 맡은 넥슨 신규개발2본부 김현석 책임연구원






오타쿠, 무엇이 그들을 당당하지 못하게 만드는가?

“오타쿠란 한 분야에 열중하여 마니아 이상으로 심취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전문 지식이 높은 사람들을 의미하겠지만, 대부분은 한 분야에 집중한 사회 부적응자로 보는 시선이 대부분이죠.”


김현석 연구원은 오타쿠라는 개념에 대한 정의와 함께, 사회적으로 왜 오타쿠가 부정적인 인상으로 비치는가에 대해 이처럼 요약했다.

과거,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만화는 애들만 본다는 고정 관념이 생기고, 지금에 와서는 만화를 보는 어른은 애들 수준에 불과하다는 편견이 생겼다는 것이다.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면 오타쿠 취급을 받습니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죠. 그런데 3D 애니메이션인 쿵푸팬더 같은 경우는 그렇지 않죠”라고 설명을 이어나간 김 연구원에 따르면, 오타쿠라는 개념은 기본적으로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비 게이머 입장에서는 게이머 역시 오타쿠의 일종”이라고.




▲ 같은 애니메이션인데도 어느 것을 보느냐에 따라 오타쿠인가 아닌가가 나뉘는 것이 현실
(좌 :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 우 : 쿵푸팬더 2)





결국 주관적 개념인 오타쿠에 고정관념이 섞이면서 편견이 생기고, 부정적인 형태로 객관화가 되다보니 사회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인간의 특성상 타인과 단절되고 싶지 않아 자신이 오타쿠라는 것을 숨기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 때문에 오타쿠 문화가 갖는 가치를 외면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오타쿠 문화가 갖는 가치와 편견 속에 가려진 진정한 모습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편견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벽, 미연시

“시나리오를 맡는 신입 직원들이 들어왔을 때, FATE/Stay Night, CLANNAD 같은 비주얼 노블을 참고하는 걸 추천하면 대부분 오타쿠나 즐기는 게임이라고 꺼리는 반응이 대부분이죠.”


오타쿠에 대한 편견 중 하나로 김 연구원이 꼽은 것은 바로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미연시)”라는 개념이었다.


본래 미연시라는 존재하지 않고,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에로 게임, 미소녀가 등장하여 연애를 즐기는 게임, 비주얼 노블(Visual Novel)이라는 것이 뭉뚱그려 국내에서 부르는 것이 바로 미연시라는 것인데, 과거 단순히 “야한 화상을 보기 위해서” 플레이하던 게임들의 경험이 “미소녀가 등장하는 게임 = 오타쿠 게임”이라는 고정 관념을 낳았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설명.




▲ 팬들에게 "인생"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뛰어난 스토리를 보여주는 클라나드
걸 게임은 야한 이야기라는 일반적인 공식과 달리, 전연령 게임이면서 뛰어난 스토리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선정성 부분은 영화와 같은 다른 매체에서도 등장하는 부분인데, 영화에 등장하는 것은 ‘예술’이고 게임 등에 등장하는 것은 ‘외설’로 취급당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 2009년에 출시된 일본의 성인 게임인 ‘Tech 48’을 예로 들면서 “이 게임에는 플레이어의 머리 위치를 인식해 시점이 바뀌는 헤드 트래킹(Head Tracking)이라는 당시로서는 첨단 기술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정작 이 기술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그란투리스모 5같은 게임에 적용된 최근의 일”이라는 설명과 함께, ‘미연시’가 성적인 쾌감을 얻기 위한 도구라는 편견에 빠져 이것들을 터부시 하다 보니 개발자가 배워야 할 부분까지 외면당하는 상황이라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 "게임 세계와 현실이 링크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진 TeaTime 사의 Tech48
게임의 비주얼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이 가장 먼저 적용, 시도되는 것은 의외로 성인 게임이 다수





이러한 편견은 게임 전반적인 부분에 퍼져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성직자가 성추행을 하면 종교가 아닌 그 성직자가 나쁜 것이고, 우울한 음악을 듣고 자살을 하는 사람이 생기면 음악 전체가 나쁜 게 아닌데 유독 게임의 경우에만 게임 중독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게임 전체가 나쁜 것으로 매도된다”면서, “인간은 자신의 고정관념에 맞는 것만 취하고, 맞지 않는 것은 무시한다. 결국 동일 주제에 대한 호감의 여부에 따라 오타쿠에 대한 편견은 사회 심리의 버프, 혹은 디버프를 받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구매력이 낮은 아이들의 문화? 만화로도 400억을 벌어들인다면?


이처럼 오타쿠에 대한 편견에 대해 김 연구원은 “편견이 없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라고 설명하면서 “만화 원피스의 작가는 코믹스 초판 수익으로도 31억엔(국내 기준 약 400억)을 벌어들이고 애니메이션으로 추가적인 프리미엄까지 얻었다”라며, 오타쿠 문화라고 불리는 시장의 산업적 가치와 잠재적 규모에 대해 강조했다.



 


▲ 단순히 만화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캐릭터 사업 등 부가 가치가 높은 원피스




원피스와 비슷한 성공적인 사례로 라이트 노벨 시장을 꼽았는데, ‘하루히즘’이라는 신 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과 관련한 미디어 믹스 사례, ‘고식(Gosick)’의 작가 사쿠라바 카즈키의 예로 대표되는 기존 문학 작가들의 라이트 노벨 참여 및 트렌드 선도 등이 소개되었다.




▲ 사쿠라바 카즈키 작가의 두 작품. 단순히 우열을 나눌 수 있는 것인가?
(좌 : 나오키 상을 수상한 "내 남자" / 우 : 라이트 노벨 "고식")





결국 애들의 문화로 취급되는 이 시장은 “단순히 장르가 다를 뿐, 그 급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단순히 데이터만으로 알 수 없는 부분이 많고, 해당 시점과 사회의 체험, 트렌드, 공감대가 반영되는 곳이 오타쿠 문화의 시장이라는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러한 성공과 시장 형성이 이뤄지는 것과 관련해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개념이 있었으니 바로 “모에(萌え)”라는 것이다.





“마음이 동한다”, 오타쿠의 핵심 키워드인 “모에”란?

‘싹트다’라는 일본어 ‘萌え’에서 나온 모에는 오타쿠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모에란 이성적인 부분이 아닌 인간의 감성적인 부분으로, 확정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떠한 것에 대해 좋게 느껴지고 이끌리는 것에 대한 포괄적 개념으로, 이러한 모에 문화는 하나의 대상에서 다양한 파생 상품이 등장하게 되는 원 소스 멀티 유즈, 다양한 수단이 혼합된 미디어 미스 등이 발전해나가는 원동력이라는 것.




▲ 오타쿠 문화를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 모에





대표적으로, 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과 같은 작품의 배경 설정 지역이 관광상품화 된다거나, 애니메이션 ‘케이온’에 등장한 상품들의 실제 상품들이 높은 프리미엄이 붙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것들도 이러한 모에가 만들어낸 힘이라는 것이었다.




▲ 애니메이션 케이온에 등장한 각종 상품(악기/물품)은 실제 모델이 된 상품도 불티나게 팔렸다.
모에 상품을 구입하는 것을 단순히 덕심이라고 비웃기 전에, 그들의 구매력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러한 것들 외에도 자동차 회사의 CF에 사용되고, 대규모 콘서트가 개최될 정도로 다양하게 발전해나가는 보컬로이드 시리즈의 2차 창작 시장, 수많은 편견을 안고 있지만 개발자가 바라는 로망과 여러 기술의 대중화를 실현시키고 있는 러브 플러스 등을 예로 들면서 오타쿠 문화가 가지고 있는 저력과 그 가능성에 대해 강조되었다.




▲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는 TV CF 뿐만 아니라 공식 홈페이지 화면도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로 꾸며놓았다.



 


▲ "스티븐 잡스도 대 만족!"이라는 느낌의 인터넷 패러디
관광 상품, 증강 현실을 응용한 어플리케이션까지 등장할 정도로 러브 플러스의 인기는 높다.






매니악한 오타쿠의 문화, 그러나 그 규모는 또 하나의 대중문화급

“배가 고플 때 냉장고를 열어보고 재료에 맞춰 음식을 만드는 것은 제조업에서나 통할만한 방법입니다. 게임이란 상상력의 영역이기 때문에 냉장고 안의 재료라는 제한을 벗어나 밖으로 뛰쳐나가는 다양성의 추구가 필요합니다.”


오타쿠의 문화는 분명 매니아의 문화이지만, 이미 매니아의 문화는 다수가 되어 하나의 대중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이렇게 대중화 되어 있는 이러한 오타쿠 문화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바꿔나가 오타쿠 문화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인식이 싹틀 때, 편견 때문에 포기되었던 가능성 있는 시장이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강의를 마무리 지었다.




▲ 열린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소개된 살바도르 달리의 "커뮤니케이션 편집증적 얼굴"
언뜻 보면 여러 사람이 모여 앉은 모습이나 90도만 돌려서 보면 또 다른 모습이 보인다.








출저 :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36131